요즘은 금융에 관심이 참 많다. 거창한 것은 아니다. 얼마 되지도 않는 자산을 어떻게 굴릴지, 쥐꼬리만한 월급을 어떻게 배분할지, 또 어떻게 해야 한 푼이라도 더 이득 보는 소비를 할 수 있을지에 관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혜택이 달린 카드와 간편결제 서비스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개중에는 화려한 이벤트까지 제공하는 카드들도 있다. 신규 발급하고 얼마 쓰면 얼마 캐시백, 뭐 이런 것들.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써야지. '어떻게 잘 쓸 것인가'만 몇 달을 고민했다. 그리고 결국 고른 것은 현대카드 제로. 전월실적, 할인한도 같은 건 없는 제일 단순하다면 단순한 신용카드일 것이다. 어떻게 골라야 혜택을 쏙쏙 빼먹을 수 있을까 몇 달 고민한 결과가 결국 제로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이미 알고 있었다. 병원은 이 카드, 휴대폰 요금은 이 카드, 편의점은 이 카드를 이 간편결제로... 이렇게 사는 사람이 아니란 말이다. 내가 필요한 건 그냥 카드, 순전히 내가 사용한 금액을 결제하기 위한 결제 수단으로서의 카드다. 그런데 이제 혜택이 좀 붙으면 나쁠 건 없는.
체리피커들은 나를 '에휴 이렇게 이렇게 조합해서 쓰면 얼마씩은 아낄 수 있는데'라며 나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다. 그래, 안타깝겠지, 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체리피킹하는 것 엄청 좋지만, 이것저것 부지런하게 알아볼 시간도, 힘도 없단 말이다. 월 ₩5,900에 그만큼을 더 뽑아내는 체리피킹을 대신 해 주는 서비스나 단체나 개인이 있다면 기꺼이 맡기리라.
그래, 카드 고민은 이 정도로 하고, '카드고 나발이고 에휴'와 같은 한숨과 함께 휴대폰에서 시선을 떼고 주변을 둘러본다. 김포발 부산행 기내 내 옆자리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있는 내 소중한 남자친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사람마다 연애관은 다양하다. 백 명이 있으면 백 개의 연애관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는 첫 사랑부터 기나긴 사랑을 이어나가는 사람도 있는 반면, 이 사람 저 사람 아무리 만나봐도 불만이 있거나 불화가 생겨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연애는 신중해야 한다. 이별은 뼈아프기 때문이다. 이별은 세상 누구보다 슬픈 일이다. 내 부족한 글솜씨로 결코 이별의 슬픔을 담아낼 수 없다. 연애 관계를 가볍게 다루고자 하는 것이 아님을 먼저 이야기한다. 다시 글을 이어나가자면, 세상에는 조금이라도 불만이 있으면 이를 참지 못하고 헤어지는 사람이 있고, 가끔은 싸우기도 하고 죽도록 미울 때도 있지만 결국은 즐겁게 인생을 함께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지금 발급하고 3개월 쓰면 50,000원 돌려주고 혜택까지 있는' 카드들을 잘 골라서 발급받는 것보다 '전월실적 할인한도 없이 0.7% 할인해주는' 카드 한 장 있는 게 더 좋다. 원체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만, 연애 관계에 있어서는 확실한 거 하나만 하고 싶다. 단순히 말하면 '귀찮아서', 길게 얘기하면 혀 아프다. 발급받으면 캐시백 해주는 이벤트가 없더라도, 혜택이 다소 적더라도 뭐 어떤가. 내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곁에서 응원해주고 토닥여주고 같이 웃어주고 같이 울어주는 단 한 명이,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