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에 미사를 드리러 가면 주보를 한 장씩 받는다.
평소에는 미사가 끝나면 (가서 복음을 전하지 않고) 바로 자취방에서 낮잠을 자거나 하느라 주보를 거의 읽지 않았다. 오늘은 공부도 하기 싫고, 시간이 많이 남아서 주보들을 한 장 한 장 읽어보다가 좋은 글귀를 발견해서 Journal에 기록해 놓는다.
열두 제자들이 여러 지방을 쉼 없이 돌며 복음을 전하고 돌아왔을 때,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마르 6,31)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쉴 수 있는 시간을 배려해 주신 것입니다. (...)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외딴곳에 가서 쉬라고 말씀하신 것은 권고나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휴식의 필요성을 아셨기에 이렇게 명령하셨던 것입니다.
(...)
외딴곳을 찾는다는 것은 늘 일하던 곳을 벗어난다는 것을 뜻합니다. 일하던 곳을 벗어나지 못하면 제대로 쉴 수가 없습니다. 외딴곳은 복잡한 생활을 벗어난 조용한 곳을 말하는 것이지 먼 곳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잠깐의 휴식이나 낮잠, 잠깐의 산책이 우리 인생에서 얼마나 필요한지 모릅니다. 더욱이 우리의 쉼터에 주님께서 함께하신다면, 그 시간은 은총의 시간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주님의 넓고 큰 품이 우리의 쉼터이며 안식처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가던 길을 멈추고 '무엇을 위해서 쉼 없이 달려가는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때론 숨 가쁘게 가야 할 길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숨차게 달려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주님 안에서의 '쉼'은 우리 삶에 특별한 은총의 시간입니다. 우리가 일상의 삶 속에서 정신없이 헤매고 있을 때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마르 6,31)
출처는 대구주보 제2277호의 주민기 베네딕도 신부님의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