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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끌거나, 따르거나, 떠나거나?

Date
2022/08/13
Tags
Thinkings
Created by
당신은 논리적 오류에 속고 있다

“Lead, Follow or Get Out of the Way”

“이끌거나, 따르거나, 떠나거나” —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미 육군 대장이었던 조지 S. 패튼의 문구로 유명하다. 원문은 “We herd sheep, we drive cattle, we lead people. Lead me, follow me, or get out of my way. 정도로 알려져 있다.
CNN의 창립자 테드 터너가 했던 말로도 유명하며, 이는 그의 자서전 제목이기도 하다.
기업가 정신, 리더십을 논할 때 한 번쯤은 인용될 정도로 널리 알려진 Quote로, 우리나라 기업들, 특히 스타트업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문구를 인용하거나 사용하는 사람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지만, “이끌거나 따르거나 떠나거나”, 또는 “이끌거나 따르거나 비켜서거나” 정도가 사용되는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배달 주문 서비스 ‘배달의민족’으로 시작해 기업가치 4.75조원을 기록한 ‘우아한형제들’의 기업문화로도 유명하다. 우아한형제들 홈페이지의 조직문화 소개 페이지(우아한 문화)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P.S. 자신만의 편안함과 유익함을 위한 자의적 해석은 지양되어야 하겠습니다.
11. 이끌거나, 따르거나, 떠나거나!
일의 성공에는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그것만큼 팔로워십도 중요합니다. 오류가 없는 결정은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결정에 따른 실행도 아예 실행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은 복수의 구성원이 동일한 의견을 제시할 경우 토론을 통해 계획을 수정해 나갑니다. 팔로워십을 발휘하는 사람은 개인의 편의와 이익이 아닌 프로젝트의 성공, 고객의 이익을 중심으로 의견을 제시해야 합니다. 건전한 비판과 토론이 아닌 냉소와 방관하는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면 본인과 주변 구성원 모두를 위해 회사를 떠날 때입니다.
한겨레 ‘우아한형제들이 공개한 ‘일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에서,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50360.html

결과배제의 오류: Ergo Decedo

분명히 좋은 문장이다. 하지만 이 문장을 접한 사람들 중 일부는 문장이 너무 강압적이고, 극단적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이끌거나 따르거나 떠나라”니, 다른 선택지는 없는 건가?
유명한 문장, 명언, 관용구들 중에서도 이런 부류의 문장을 보면 ‘결과배제의 오류(Ergo decedo, Traitorous critic fallacy)’를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다. Ergo decedo의 가장 간단한 예시로는 다음과 같은 대화를 들 수 있다.
A: “대한민국의 세금 시스템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해. (…)” B: “꼬우면 이민 가.”
사실 예시를 들 것도 없이,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Ergo decedo’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꼬우면 북한으로 가라”, “꼬우면 게임 접어라", “공무원 하라고 누가 칼들고 협박함?” 등 인터넷 상의 수많은 잘못된 논리들
위 대화와 예시들의 공통된 문제점은 문제 제기를 묵살하고, 문제 해결 의지가 있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문제 해결 방법을 억지로 도출시키며 상대를 이야기에서 배제하려는 태도이다.
문제 제기를 묵살하는 것은 전형적인 논점 일탈의 오류(Red herring)로 볼 수 있으며, 문제의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모색하고 같이 풀어나가자는 대화의 취지를 흐리는 것이다.
문제를 인지 및 제기한 사람이 무조건 소속 집단에서 떠나라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다.
상대를 이야기에서 배제하려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문제 해결 의지가 없는 쪽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말하는 사람이리라.

모든 문제 제기는 합당한 것인가?

여기까지 오면, 모든 문제 제기는 합당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문제 제기를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래서 어쩌자고?”, “그래서 결국 어떻게 하자는 건데?”와 같은 생각을 안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아마 ‘대안 없는 비판’의 옳고 그름에 대해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 제기’와 ‘비판’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대안 없는 비판’, ‘해결책 없는 비판’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을지는 몰라도, 문제점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누구나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해결책을 알아야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그만큼 구성원들이 문제 제기에 소극적이게 되고, 결국 아무도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해결책도 모르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시간 낭비이고, 대안 없는 문제 제기는 불만과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문제를 툭 던지고 나 몰라라 식으로 일관하는 태도’이지, 결코 문제 제기 그 자체에 있지 않다.

이끌지 못하더라도, 따르지 못하더라도

이끌지 못하더라도, 따르지 못하더라도, 떠날 이유는 없다. 해결책이 없더라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해결책은 문제 상황에 공감하는 구성원들이 다같이 찾아나가는 것이다. ‘어떤 의견은 다른 의견보다 더 귀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분명히 ‘모든 의견은 동등하게 귀중하다’고 배우지 않았는가?
테드 터너가 ‘당시 주위의 비웃음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여 결국 자신이 옳다는 것을 행동으로 증명해낸 성공한 기업가’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리고 우아한형제들이 폭발적인 매출과 성장세를 보이며 “대학생이 가장 일하고 싶은 스타트업”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성공한 기업인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한 기업들의 말이라고 하여 무작정 이를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가?
‘이끌거나 따르거나 떠나라’고 말하며, 정당한 문제 제기를 묵살하고 논점을 흐리며, 건설적인 토론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래서, ‘떠나’면 그 문제가 해결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