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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술이 많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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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집에 돌아와 습관처럼 즐겨 마시던 조니워커 블랙라벨마저 몇개월째 빈 병만이 쌓여있다. 마지막으로 남대문시장에 들르던 게 언제였더라,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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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용하는 약의 영향이 아마 클 것이다. 방금 찾아보니 ‘아캄프로세이트’라는 성분의 약이다. ‘정신과를 드나드는 사람들은 본인이 복용하는 약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는 경향이 있다’는 말을 언뜻 들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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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습관마냥 마시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지, 술을 입에도 못 가져다대는 정도는 아니다. 지금도 착잡한 마음에 맥주 355mL 한 캔을 곁에 두고 홀짝이고 있지만, 이제는 술을 마셔도 예전마냥 즐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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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술 하면 생각나는 작품은 현진건 작가님의 『술 권하는 사회』다. 고등학생 때부터 서양 고전 문학과 한국 근현대 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지금도 생각나면 가끔 찾아서 읽는다. 문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거니와, 각 작품의 배경과 해설 등에 대해 그리 잘 아는 편도 아니다. 좋아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자극적인 미디어보다 싱거운 옛 글이 주는 매력이 더 크게 다가온다. 굳이 한마디 더 얹자면 ‘평양냉면 같은 삼삼함’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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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아무도 술을 권하지 않는다. 그 무엇도 나에게 술을 먹이지 않는다. 그 때의 시대상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몇십 년 전처럼 사회가 ‘머리를 알코올로 마비 아니 시킬 수 없게 하’지 않는다. 더구나 나는 작중 남편처럼 지식인도 아닐뿐더러 “술이 없으면 이 못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없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구태여 먼저 술을 찾을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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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는 결코 본인의 건강에 좋지 않다. ‘술이 몸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들이 이미 세상에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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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는 결코 사회에도 좋지 않다. 뉴스를 틀어놓고 있자면 음주운전, 알코올 중독 등으로 평범했던 가정이 무너지고 무고한 사람이 죽어나가는 소식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음주에 덜 관대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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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는 별개로, 그럼에도 가끔은 즐겁게 술을 마시던 때가 그립다. 어쩌면 ‘추억 보정’일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