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안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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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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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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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술이 많이 줄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습관처럼 즐겨 마시던 조니워커 블랙라벨마저 몇개월째 빈 병만이 쌓여있다. 마지막으로 남대문시장에 들르던 게 언제였더라,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복용하는 약의 영향이 아마 클 것이다. 방금 찾아보니 ‘아캄프로세이트’라는 성분의 약이다. ‘정신과를 드나드는 사람들은 본인이 복용하는 약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는 경향이 있다’는 말을 언뜻 들은 적이 있다.
술을 습관마냥 마시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지, 술을 입에도 못 가져다대는 정도는 아니다. 지금도 착잡한 마음에 맥주 355mL 한 캔을 곁에 두고 홀짝이고 있지만, 이제는 술을 마셔도 예전마냥 즐겁지 않다.
나에게 술 하면 생각나는 작품은 현진건 작가님의 『술 권하는 사회』다. 고등학생 때부터 서양 고전 문학과 한국 근현대 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지금도 생각나면 가끔 찾아서 읽는다. 문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거니와, 각 작품의 배경과 해설 등에 대해 그리 잘 아는 편도 아니다. 좋아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자극적인 미디어보다 싱거운 옛 글이 주는 매력이 더 크게 다가온다. 굳이 한마디 더 얹자면 ‘평양냉면 같은 삼삼함’이리라.
이제는 아무도 술을 권하지 않는다. 그 무엇도 나에게 술을 먹이지 않는다. 그 때의 시대상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몇십 년 전처럼 사회가 ‘머리를 알코올로 마비 아니 시킬 수 없게 하’지 않는다. 더구나 나는 작중 남편처럼 지식인도 아닐뿐더러 “술이 없으면 이 못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없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구태여 먼저 술을 찾을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음주는 결코 본인의 건강에 좋지 않다. ‘술이 몸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들이 이미 세상에 차고 넘친다.
음주는 결코 사회에도 좋지 않다. 뉴스를 틀어놓고 있자면 음주운전, 알코올 중독 등으로 평범했던 가정이 무너지고 무고한 사람이 죽어나가는 소식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음주에 덜 관대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는 별개로, 그럼에도 가끔은 즐겁게 술을 마시던 때가 그립다. 어쩌면 ‘추억 보정’일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