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책임을 질 줄 알자

Date
202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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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 말에 책임을 지자.”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거의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실제로는 잘 되지 않는다. 그래도 최대한 노력은 한다.
데이트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애인의 SNS에 “오늘 진짜 별로네”와 같은 피드가 올라온다면, 나는 매우 상처받을 것 같다.
퇴근길에 우연히 보게 된 직장 동료의 SNS에 “진짜 집중 하나도 안 되네 짜증난다 내일은 재택해야지”와 같은 피드가 올라온다면, 나는 또 한번 매우 상처받을 것 같다.
다른 기업의 채용 공고에 지원서를 넣고 3일 뒤 우연히 보게 된 해당 기업의 재직자 SNS에 “요즘 개발자 지원자 수준 왜 이러냐”와 같은 피드가 올라온다면, 나는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설령 그 말들이 전부 나를 향하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애인이 느낀 불쾌함이 나 때문이 아니었더라도, 동료 직원을 방해한 게 내가 아니었더라도, 재직자가 말한 수준 떨어지는 개발자가 내가 아니었더라도. 나 같은 사람은 쉬이 상처받는다.
의견을 표출하는 행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든지 사람으로서 사적인 공간에 자신의 의견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SNS는 애초에 그러라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내가 뭘 먹고 뭘 마시고 있는지와 같은 사소한 것들부터 이번 학기 시간표 망했다든지, 휴강인 줄 모르고 학교 왔다든지, 세라복 입고 출근했다든지. 그냥 그런 얘기 쓰라고 있는 곳이다.
그런 말만 오가는 세상이라면 참 좋을 텐데, 돌아보면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다. 누군가의 글에 상처받았고, 내가 작성했던 글에 누군가는 상처받았을 것이다.
열린 공간에서 말하다 보면 가끔은 뭐가 뭔지 모르게 된다. 필터 없이 생각나는 대로 아무 말이나 적게 된다. 현명한 사람들은 열린 공간에서 할 말과 못 할 말을 구분해서 하겠지만, 나에게는 생각보다 어려웠다.